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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강화 황청포구의 겨울바다를 찾았다. 우리의 고유명절인 설날은 언제나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살아계셨던 때는 이 날이 우리 7남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새해가 밝으면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러 모이고, 각자 준비한 덕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세배돈을 받으며 그 속에 담긴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느꼈던 순간들은 지금도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다.
세월은 흘러 이제 부모님의 자리에 우리가 서게 되었다. 자녀들에게 세배돈을 주는 위치가 되었지만, 부모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후 7남매가 함께 모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각자의 삶에 묶여 바쁘게 지내는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분주하고, 형제자매들도 저마다의 일상에 쫓기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동생과 형님 부부, 그리고 저희 부부와 함께 강화 석모도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름다운 섬, 석모도호텔에서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람에 실려 오는 바다의 소리와 파도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석모도호텔에 도착하자, 빨간색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호랑이 교장님이 반겨주었다. "이제 손님들은 집에 오신 것처럼 편안하게 푹 쉬고 가시면 됩니다."라는 그의 말이 우리를 더욱 따뜻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흘러간 팝송을 들으며 1층 카페에서 오손도손 모여 가족 사진을 찍고, 예전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함께하셨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저녁에는 함께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부모님이 해주셨던 맛있는 떡국을 보며 그 맛이 그리워졌다. 우리는 각자 부모님이 남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부모님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힘들게 일하시고, 사랑과 가르침을 주셨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하나로 뭉쳐 있을 수 있었다.

여행 중에도 부모님과의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바다에 비친 석모도의 풍경은 마치 우리가 함께했던 설날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부모님이 곁에 계셨을 때와 같은 따뜻한 기운이 우리를 감쌌다. 서로의 손을 잡고, 부모님께서 주신 사랑을 다시금 느끼며 그들을 추억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설날은 단순히 명절이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서로의 소중한 존재를 잊지 않고, 가족의 유대감을 더욱 깊이 있게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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