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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鄕循俗 입향순속 - 다른 지방에 가면 그 지방의 풍속을 따른다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書堂, 故事成語

들 입 入, 시골 향 鄕, 돌 순 循, 풍속 속 俗.
세상 어디를 가든 그 지역만의 고유한 풍속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 그 지방을 방문하면서 자기들과 생활방식이 다르다고 옳지 않다거나 야만스럽다고 욕을 하면 결코 환영받지 못하며, 반대로 그들이 우리에게 오면 똑 같은 눈으로 쳐다 보게 된다.
사람들마다 사는 방식은 다르며 그래서  세상은 흥미롭고 조화로우며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아름답다.

따라서 자기방식만을 고집하기 보다 그곳 사람들의 문화와 풍습을 받아들이고 따른다면 그들과 조화롭게 동화되어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마을에 들어갔을 때(入鄕) 그들의 풍속을 따른다(循俗)는 이 성어는 우리 귀에 익숙한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라는 서양격언이 말해주는 그대로다.

그렇다고 이 말이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는 것처럼 약삭 빠르게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며, 세상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순리를 좇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같은 뜻으로 隨鄕入鄕(수향입향), 入鄕從鄕(입향종향) 등의 성어도 있다.
이 성어는 여러 문헌에서 출전되고 있다. 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저술한 ‘淮南子(회남자)’의 齊俗篇(제속편)에 좋은 사례가 있다.

春秋五霸(춘추오패)에 당당히 들어가는 楚(초)나라의 莊王(장왕)과 晉(진)의 文公(문공)은 옷차림으로 보면 도저히 군주의 예에서 벗어난 사람이었다.

장왕은 소매가 넓고 헐렁한 윗옷을 걸쳤고, 문공은 허름한 윗옷에 양가죽 옷을 걸치고 가죽 띠에 칼을 찼다. 그 지역의 衣冠(의관)풍습을 따른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천하를 호령하고 제후들의 覇者(패자)가 됐다.

孔子(공자)와 孟子(맹자)도 鄒魯(추로)지방의 禮(예)만이 예가 아니라며,‘그 나라에 들어가는 사람은 그 고장의 풍속을 따르고, 남의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서 꺼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入其國者從其俗 入其家者避其諱 입기국자종기속 입기가자피기휘)라고 설명했다.

‘莊子(장자)’ 外篇(외편)의 山木(산목)에는 스승 老子(노자)에게 들은 것이라며,‘그 풍속에 들어가면 그 풍속을 따라야 한다’(入其俗 從其俗 입기속 종기속)는 말도 찾을 수 있다.

생활문화가 다른 곳에 들어가기 전에 그곳에서 금하는 것 부터 먼저 물어보라는 뜻으로 入竟問禁(입경문금)이란 말도 비슷한 의미다. 특히 이민족들의 종교적 관습 중 금기사항을 미리 알지 못하고 행동하면 큰 낭패를 당하기 쉽다.

“모든 것 싹 바꿔!” 새로 부임해 온 조직의 長이 의욕이 넘친 나머지 혁신을 해보려고 모든 걸 바꿔 보려고 칼을 휘두른다.

원점으로 돌아가 제로(Zero,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는 자칫 경쟁사와의 시간경쟁에서 이미 패배를 자초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革新’(혁신)의 진정한 의미는 좋은 점은 되살려 키워주고 단점은 과감히 도려낸다는 뜻임을 알아야 한다.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면 가속이 필요하지 제동을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동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어리섞을 뿐이다.

이렇듯 이전의 내려오던 전통을 다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을 밀어 붙인다면 더 큰 분란만 야기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해 오고 있습니까?”
이렇게 먼저 관행을 물어보고 최대한 그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존중하려는 자세는 조직의 長으로서 현명한 덕목으로 조직원들을 잘 따르게 만든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공동체마다, 또는 민족마다 그들의 가치관 그들만의 잣대가 있다. 외국에 가서 우리와 다른 민족들의 다른 삶의 방식을 미개하고 야만적으로 보고 비웃는 다면 그들도 우리나라의 김치 된장 맛과 향기에 질겁할 것이다.

자기의 잣대 자기의 생각과 행동만이 기준이고 모범이라 여길 때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자기만이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 서로 다름을 용납않는 자세는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정치는 곧 주고 받는 협상과 조정의 예술이 아니던가.

항상 자기 당의 주장만을 상대 당이 수용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신성한 국회 안에서 조차 야만적 폭력충돌이 반복 되는 정치후진국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入鄕循俗,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르고, 옆집에 가서는 집집마다 다른 그 집 된장의 또 다른 새로운 맛을 느껴 본다.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며 나와 다른 가치관도 존중하는 入鄕循俗의 마음가짐이면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에서 충돌없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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