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활동에 가장 필요한 도구가 골프라면 그 다음에 필요한 도구가 와인’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허심탄회한 인관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1차 소주, 2차 맥주를 마신 후, 3차 노래방으로 밤늦도록 전전 하거나, 무릎에 병이 나도록 밤새 '잃어주는 고스톱' 판을 벌여야 오더 한 건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과음으로 인한 부작용은 접대의 역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골프를 접대수단으로 이용하면 심신의 건강은 물론 그 효과도 아주 좋다. 5시간 동안 자연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함께 즐기고 맑은 정신으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는 다음 약속 다시 만남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좋은관계를 계속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그런데 골프에 더하여 와인에도 익숙해 진다면 골프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한 차원 높은 사업도구가 될 수 있다. 와인은 심하게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닌 건강과 분위기 기타 모든 면에서 장점이 많은 사교 촉매제이며 고상한 이미지를 상대에게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앞서 가고 있는 골프문화와 뒤에 따라 온 와인문화는 공히 건강 사교 상류사회 신사 숙녀 예절을 내세운다는 공유점과 공감대가 있어서 두 가지가 어우러지며 새로운 접대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골프는 신선놀음이라고도 한다. 신선들이 즐기는 놀이인 만큼 환상적인 즐거움에 건강에도 좋아서 이승에서 최상최고의 스포츠라는 뜻이다.
그런데 신선들은 골프를 즐기면서 과연 어떤 음료를 마실까하는 뜬구름 같은 상상을 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서양에서는 제사의식에서 와인을 신께 바쳤으며 동양에는 신선주(神仙酒)가 있다.
와인도 즐기는 골生골死 골프애호가들의 와인 이야기는 이런 상상과 배경에서 출발한다. 골프처럼 와인도 처음 접하기가 쉽지 않은 문화다.상당한 관심과 연구노력이 필요하다.
와인을 말할 때 감초처럼 끼어드는 책이 있다. 문학작품이나 와인 전문서적도 아닌 와인을 소재로 다룬 만화책이다. 일본에서 10 년간 연재된 히트작으로 ‘신의 물방울’(神の雫 카미노 시즈쿠)이라는 만화작품이다.
작가 아기 타다시(亞樹 直 필명), 그림 오키모토 슈(沖本 秀), 2004년~2014년 말까지 총 44 권으로 일본 고단샤(講談社)에 연재되었고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내용은 어디까지나 허구(fiction)에서 출발하지만 등장 와인이나 샤또(와이너리, 양조장) 등이 실존 브랜드이고 나름대로의 평가기법을 동원함으로써 넌픽션(non-fiction)다큐멘터리 성이 강하다.
빈티지별, 와이너리별, 품종별 와인상식과 어울리는 음식, 세계적인 와인들을 언급하여 일본의 와인소비를 급격히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神咲 雫)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부친의 유언에 따라, 부친이 선정한 ‘12사도’급 와인 12 병과 ‘신의 물방울’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와인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그의 유산과 와인 컬렉션을 상속 해주기 위해 와인을 찾아 나서는 스토리다.
12사도는 예수의 12제자에 ‘신의 물방울’은 예수나 하나님의 와인을 비유했다.
12사도급 와인은 찾았으나 그 위에 있는 신(神)이 숨겨(秘)둔 신비한 ‘신의 물방울’ 天上의 와인은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 이 만화는 단순히 스토리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와인 브랜드와 관련지식이 총망라 되므로 와인입문서나 교과서에 가까워졌다.
그럼 과연 신의 와인은 어떤 기준으로 구분해 내려했을까. 포도원의 여러 테루아르(terroir : 재배토양, 자연환경), 환상적인 양조법, 경이로운 빈티지등이 등장하며 알기쉬운 독자적인 표현방법으로 와인을 설명하고 있다.
와인의 평가는 신이 창조한 天(그 해의 기후), 地( 포도밭의 테루아르), 人(생산자의 철학)이 3대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적인 양조기술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인간의 철학이 담겨진다는 점이 기존 유명와인 평가기준과 다른 점이다. 그 결과 기존의 세계적인 명가의 와인 상당수가 12사도 급에서도 탈락했다. 이는 곧 인간의 잣대와 신의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는 골프와 와인이 서로 접목되어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해 가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골프도 잘 치고 와인을 즐길 줄도 안다면 완벽한 사업도구 필승의 트로이카를 갖춘 훌륭한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사업가들의 자동차 안에는 골프잡지가, 트렁크 안에는 항상 골프채가 실려 있어야 하듯이, 이제 그들의 책상 앞에는 CEO 필독의 ‘신의 물방울’ 만화가 꽂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