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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횡성여고 2회 졸업 후 40년 만의 재회, 그 그리움의 끝에서 마주한 세월의 기적

2026-10-05 10:23 | 입력 : 성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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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화] 40년 만의 재회, 그 그리움의 끝에서 마주한 세월의 기적

글/사진 이경희(횡성 여고 2회 졸업)

세월의 굽이 마다 문득 우리를 발걸음 멈추게 하는 풍경이 있다.

1984년, 강원도 횡성여자고등학교의 붉은 교정에서 함께 맨손으로 돌을 고르고 화단을 가꾸며 교복 자락을 휘날리던 여고생(횡성여고 2회 졸업 이경희 김용순 한은희)들이 있었다. 학번 순서대로 2번, 4번, 9번. 남달리 친했던 세 친구는 4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비바람 속에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견뎌냈다. 넷을 낳은 애국자 엄마로, 홀시아버지를 18년 동안 모신 며느리로, 그리고 26년 전 세상에 온 발달장애 아들을 품에 안고 지난 20년간 거리에서 삭발과 오체투지를 불사하며 국가 돌봄제를 일궈낸 위대한 엄마로 말이다.

횡성여고 2회 졸업생 김용순 이경희  한은희  석모도호텔 뉴욕47가 카페
횡성여고 2회 졸업생 김용순 이경희 한은희 석모도호텔 뉴욕47가 카페
고단한 삶의 고비들을 지나 기적처럼 페이스북으로 서로를 찾아낸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한 달에 5만 원씩 꼬박꼬박 회비를 모아 마침내 뜻깊은 재회를 이루어냈다. 세월은 비록 서로의 얼굴에 깊은 연륜의 나이테를 새겨놓았지만, 마주 앉은 자리에서 눈빛과 웃음소리 하나면 그 긴 공백은 사르르 녹아내려 어느새 풋풋했던 여고생 시절의 교실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그리운 친구들과의 찬란한 재회를 품에 안고, 우리는 더 넓은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화도를 여행하고자 인터넷 창을 열어 강화 석모도을  검색하다 우연히 마주친 한 줄기 이야기들. 바다와 산이 아스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 강화 석모도, 그곳에 자리한 석모도호텔과 성수목 호랑이 교장 선생님에 대한 따뜻한 댓글들이 가슴을 두드렸다. 댓글마다 묻어 나는 진심 어린 칭찬과 정겨운 사연들은 이방인의 마음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횡성여고 2회 졸업생 김용순 이경희 한은희 석모도호텔 뉴욕47가 카페
횡성여고 2회 졸업생 김용순 이경희 한은희 석모도호텔 뉴욕47가 카페
바다 내음이 갯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석모도에 도착해 마주한 석모도호텔은 과연 이름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구나 입 모아 칭찬하던 성수목 호랑이 교장 선생님과 마주하는 따스한 행운을 얻었다.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인자한 미소, 그러나 눈 빛 만큼은 여전히 소년처럼 반짝이는 성수목 호랑이 교장 선생님과의 대화는 깊어가는 가을 햇살처럼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삶의 무게와 연륜이 묻어 나는 그의 다정한 친철함과 진심 어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기억들이 마법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칠고 치열하게 달려오느라 잠시 잊고 지냈던 파란만장했던 학창 시절, 짱구 선생님의 예쁜 손길과 껌을 씹다 대들보에 붙여두던 풋내기 시절의 에피소드들까지 바람결처럼 스쳐 지나가며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성수목 호랑이 교장 선생님과의 깊은 대화에 이끌려 찾아간 호텔 내 ‘뉴욕47번가’ 카페는 그 추억의 방점을 찍어준 오롯한 공간이었다. 은은한 조명이 감싸는 이국적이면서도 아늑한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진 석모도의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 자체로 편안함의 위로였다.
횡성여고 2회 졸업생 김용순 이경희 한은희 석모도호텔 뉴욕47가 카페
횡성여고 2회 졸업생 김용순 이경희 한은희 석모도호텔 뉴욕47가 카페
세월의 간극을 넘어, 강화도의 작은 섬 석모도호텔 뉴욕47번가 카페에서  나누었던 그 깊고 다정한 대화는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다. 40년 만에 만난 고교 동창들과의 뜨거운 눈물과 웃음, 그리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성수목 호랑이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온기가 더해져 이번 나들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영혼을 적시는 아름다운 순례가 되었다.

세상 살이에 지치고 문득 외로워질 때면 오래도록 생각날 것 같다. 바다가 내어준 품 안에서, 지나간 세월을 어루만져 주던 그 다정한 목소리와 서정적인 풍경들을. 석모도의 노을처럼 붉고 아리게, 우리의 기억 속에도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그렇게 고스란히 새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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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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