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년신문] 성수목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를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디베이트 3에서 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2.03. [서울=노년신문] 성수목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의 주요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은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이제 수정·보완할 용의가 있다는 여지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반도체 특별법 관련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면서, 필요하다면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을 주 52시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노사 서면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는 "특정 주력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며 "제도적으로 왜 막냐, 허용해 달라고 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심정적으로 노동계에 가까운데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도 산다"며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결국은 이해당사자를 포함해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게 더 합리적인지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조정을 하게 되면 결국은 쌍방 누구나 다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쌍방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중간에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1억3000만원이나 1억5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별법에 적용할지, 근로기준법을 손질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에만 근로시간 예외를 적용할 경우 타 직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경제 회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실용주의 성장론'을 내세워 민생·경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반도체법도 이러한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중도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데 이어 반도체법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보 진영의 원칙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탈이념 실용주의가 중도층 공략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양대노총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이 대표가 "오로지 정권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노동시간 적용 제외 도입 논의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의 구렁텅이에 몰아놓고 생명·안전을 내팽개치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또한 "반도체특별법 처리 여부는 향후 이재명 대표의 대선 행보의 척도이자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양대노총과 2500만 노동자 동지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압박했다. 참여연대는 이 대표를 향해 "중도층 포용을 명분으로 친기업·감세·규제 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집권을 고려한 정치 전략에 불과하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즉각 우클릭 행보를 멈추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위기 해법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 해법이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며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금투세 폐지와 같은 퇴행적 결말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원칙과 가치를 저버린 실용주의는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도·부동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반도체법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행 제도에 대한 평가와 분석과 당내 의견을 수렴한 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