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를 논의해야 한다. 자원봉사는 계층, 연령, 남녀를 초월하여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가가 희망이 있고 국력이 신장되는 기본 바탕이 된다고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가 좋은 면도 많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빈부 간의 격차를 만들어 놓았다.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손쉽고 국민적 화합을 일궈내는 것이 자원봉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년에 영국 국내의 도시 4, 5곳을 순방한다. 영국 여왕이 지방에 가면 왕실에서 사전에 그 도시에 가서 여왕과 파티를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한다. 예를 들면, 500명 정도의 인사를 선발하여 여왕과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면서 담소하며 사진을 찍는 행사다.
그런데 행사 비용으로 한 사람당 2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그러니까 500명에 200만 원이면 약 10억 원이 된다. 그 중에서 행사 비용을 뺀 나머지 돈을 여왕은 불우이웃인 빈곤 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등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간다.
그러니까 영국 여왕이 다녀가면 잘사는 사람은 영국 여왕을 알현하는 기회를 가지므로 가문의 영광일 수 있고, 못 사는 사람은 돈이 생겨서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 여왕은 상류층과 하류층 모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영국 여왕의 지방순시 행사는 왕실에서 행하는 사회봉사일 수 있다.
유럽의 중소도시에 가면 구획별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대개 5,000명에서 1만 명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쇼셜클럽(Social Club)이라는 친교모임이 있다.
예를 들면, 축구클럽, 청소하는 클럽, 승마클럽, 환경지킴이클럽, 노래 부르는 클럽 등 십수 가지가 된다. 지역 주민들은 대개 2, 3개 클럽에 가입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까 거의 매일 만나 담소하고 취미생활을 함께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회원이 몸이 아프다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클럽 소속원들이 찾아가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이 자원봉사는 자연스럽고 순수한 이웃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그들은 연대책임(solidarity)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남을 돕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두레’, ‘계’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와 주는 좋은 관습이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천박한 자본주의’의 찌꺼기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해서 승리하는 자만이 최선인 것처럼 비쳐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도 퇴색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국민에 의한 복지공동체 실현의 핵심적 활동이다. 따라서 자원봉사 활동은 자유 의지에 입각하여 자발성과 공익성과 무보수성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원봉사를 하는 국민이 54%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5% 정도인 250여만 명이라고 한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의 사원봉사 참여율은 전체 자원봉사자의 1.4% 수준인 3만 5,000여 명으로 파악된다.
노인이 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교통 질서, 환경보호지킴이, 지하철 안전요원, 식사배달 서비스 등이 있다. 그러나 노인에게 정말로 가능한 자원봉사 활동은 호스피스(임종지킴이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종말을 고하는 말기 암 환자를 비롯한 임종 환자의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제어하고 편안하게 눈을 감도록 도와 주는 일은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지긋한 사람의 역할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자원봉사 활동 영역은 넓다. 영국 여왕처럼 고도의 정치행위로부터 저급한 막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소외계층은 인생 경험이 많고, 시간이 있으면서 건강한 노인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