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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초폭염속에서폐지를가득실은리어카를끌고가는노인.사진은기사의특정사실과관련없음 |
가계가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개인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고령 남성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팀은 전 연령층에서 가계재정의 곤란이 가중될수록 자살생각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으며 특히 65세 이상 남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1년 동안 돈이 없어 ▲전·월세 미납 또는 강제퇴거 ▲공과금 미납 ▲겨울철 난방 사용 못함 ▲건강보험 미납 또는 보험 급여자격 상실 ▲가구원 중 신용불량자 존재 ▲의료서비스 이용 어려움 ▲균형 잡힌 식사의 어려움 이상 7개 요소 중 한 가지를 경험했다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재정적 어려움 요소를 3개 이상 겪은 경우 20.2%가 자살생각을 했다. 반면 재정적 어려움이 없는 청장년층(20-49세)은 1.2%만 자살생각을 해 큰 차이를 보였다.
65세 이상의 경우 재정적 어려움 요소가 한 가지씩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23%, 남성은 39%씩 자살생각이 증가했다.
그뿐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 요소를 3개 이상 겪은 65세 이상 남성은 자살생각이 3배 증가했으며, 2년 연속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 자살생각이 4.2배 증가했다. 이는 우울증 소견이 있는 경우 자살생각이 2.9배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자살생각 위험이었다.
이번 연구는 자살이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 과정을 거치지만 물질적인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자살생각이 자살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자살의 선행요인이며,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책임자 기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제적 요인도 자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건의료 정책 또한 사회경제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예방 정책 마련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코로나19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게 더욱 혹독하기 때문에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욱 면밀하게 파악하고 걸맞은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