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셔다 놓고 나오는 날
영금정⁎ 앞바다 파도가 몇 차례 바위의 뺨을 후려쳤다
누워만 있다는 이유로
똥오줌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모실 수 있었지만
충분히 모실 수 없는 이유를 백가지쯤 만들어
헌 보따리처럼 요양병원에 맡겨 놓았다
맡겨 놓는다는 것은 언젠가 찾을 일이지만
생의 마지막이 아니고서야 찾지 않을 것임을
혼자만 아는 비밀처럼 꼬깃꼬깃 쥐고
매달 어머니의 보관비를 카드로 긁었다
같잖게 가끔 마음 아파서 들여다보는 병문안이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는지 확인하는 것 같아
화들짝 부끄러워 아기가 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 본다
항문에 똥 한덩어리 달고서도
내 손을 놓지 않는 천진난만한 어머니를 재우고
요양병원 나서는데
바람이 자꾸 내 뒤통수에 불어대
아예 뒤통수를 버렸더니
병상에 누운 어머니
오늘은 내 뒤통수를 쓰다듬고 계신다
⁎영금정 : 속초시 동명동 속초등대가 있는 바다
● 제3회 의정부 신인문학상 장원
● 제27회 강원여성백일장 대상
● 제15회 신사임당 문예대전 시부문 장원
● 제14회 지용신인문학상 ‘4월’ 당선
● 대구사이버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졸업
● 강원문인협회 회원, ‘갈뫼’ 동인
● 강릉여성문학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