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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남도평생교육진흥원의 문해교육 프로그램 덕분으로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이 전남도청 1층 로비에서 시화전을 갖고 있다. |
"인자 글 배워서 어디다 써 먹을라고 하냐고/ 영감이 그런다/ 그 말이 워찌나 서운하던지 한 소리 하고 시펐다/ 글자 배우서 써 먹을때 업슬까/ 은행가서 써먹고/ 병원가서 써먹고 /딸네집 갈때 써먹고/ 차탈때 써먹고'/영감이 참말로 야속하네/ 글 몰라서 서러운 남 속도 모리고/ 걱정마라 영감아/ 써 먹을때가 징하게 만타.
`영감탱이'. 70세 나이에 한글을 깨친 정영자(74)할머니의 글이 재밌고도 뭉클하다.
전남도평생교육진흥원은 3일 지난 2015년부터 해온 문해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글을 깨친 어른신들이 전남도청 1층 로비에서 시화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해(文解)교육' `마음을 쓰고 세상을 만나다' 시화전. 한글을 깨친 할머니의 보람된 일상이 글에 묻어난다.
`영감'의 서운한 소리에 까막눈으로 산 한평생의 한을 풀 듯 "써 먹을때가 징하게 만타"고 했다.
"쪼그만 더 살다 가시제/ 인자 숙제는 누가 봐줄까요/ 틀린 글자는 누가 봐줄까요/ 텔레비 보다가 몰른 글자는 누가 봐줄까요…’"
국가평생교육원이 주관한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암군 문해교실 이문자(65) 씨의 작품 ‘헤어진 연습도 업시 가븐 당신깨’의 일부다.
이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애잔하게 표현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할머니! /멍터구리야, 네이름도 쓸 줄 모르고/손자 녀석이 큰소리로 말했다./ 쬐금 부끄러웠다. / 그러나 지금은 문해학교에 다니면서 글자도 배우고 / …/ 손자 녀석이 좋아하면서 / 할머니 짱이야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머리위까지 올렸다. / 이제는 멍텅구리 할머니가 아니고 짱 할머니다. "(영암군 김호임(64)-멍텅구리)
"어린 날 두고/ 일찍 하늘로 간 엄마/ 엄마가 없어/ 학교도 못가고/ 열 살 나면서 식모살이를 갔다/ 열살이 무얼 알까?'
남들 공부하는 나이에/ 엄마 없은 서러운 눈물만 흘렸다/ 눈물의 긴 세월을 지나 하늘나라 엄마가 보내준/ 마지막 학교에서 열살로 돌아가 한글 공부를 한다."(여수시 김정엽(68 )-마지막 학교)
한글을 깨치지 못했다면 이런 기쁨과 아름다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어떻게 남길 수 있었을까.
글 모르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치고 세상과 소통하니, 세상이 밝다.
전남평생교육진흥원(원장 오주승)은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늦깎이 문해 학습자들이 출품한 시화(詩畫) 64점을 우수작으로 선정해 ‘마음을 쓰고 세상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우수작 시상은 오는 10월 11일 열리는 ‘제2회 전라남도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열린다. 시화전은 오는 1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