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이 자기 집에서 고독사하는 경우 신원이 확인돼도 시체를 거둘 사람이 없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사례가 최근 일본에서 크게 늘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친족이 시신이나 화장한 유골 인수를 거부하거나 가족묘는 있지만 위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독거노인이 늘고 있어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묘지 소재지를 생전에 미리 등록해 두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골을 인수하지 않겠다.”
지난 2월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에서 사망한 70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구청 담당자가 이혼한 부인에게 연락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자녀들도 장례비용은 부담했지만 유골인수는 거부했다. 연락을 받은 친척들도 “끼어들고 싶지 않다”며 인수를 거부했다. 구청 측은 유골을 인수할 다른 친족이 없는지 호적을 조사하고 있다.
아다치구의 경우 작년에 사망한 무연고자 유골 44구 중 35구는 신원이 확인됐다. 무연고사망자는 원래 가족이나 친척 등 애도할 사람(연고자)이 없는 사망자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지자체는 신원이 확인돼도 유골을 인수할 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문자 그대로 ‘무연고사망자’로 처리한다.
이런 ‘신원이 파악된 무연고사망자’는 고독사 증가에 비례해 늘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592만명이다. 2025년에는 700만명을 넘어서고 2035년에는 고령세대 4가구 중 1곳에 해당하는 7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연고사망자 증가는 화장비용 등으로 해당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코스카(橫須賀)시 복지부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무연고사망자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코스카시의 경우 작년에 인수할 사람이 없는 유골 49구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골을 1구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신원이 확인됐지만 연고자가 인수를 거부하거나 가족묘의 위치를 몰라 1구당 25만 엔(약 247만 원)의 화장비용을 시가 부담했다.
요코스카시는 이달에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묘 소재지를 생전에 등록하는 묘지사전등록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본인 사후 시가 병원이나 경찰 등에 등록내용을 알려 장례를 지내도록 하는 제도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