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로당에서 회원들로만 구성된 10인조 시니어앙상블이 운영돼 화제다.
도돌이쉼터라는 애칭을 가진 고양시 덕양구지회 우방경로당(회장 김성년)이 바로 그곳.
스페인 악기인 기타로 찔레꽃, 만남, 새드무비 등 노인들의 귀에 익은 가요와 팝송을 연주할라치면 청중들은 이들의 연주에 매료돼 자리를 뜰 줄 모른다.
한 경로당에서 지금과 같은 버젓한 앙상블이 탄생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 경로당 박명순(76) 사무장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결과다.
충북 괴산여중에서 교편을 잡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새로 지은 고양시 우방아파트에 입주한 박 사무장은 입주자회의에 참석해서 자신이 다룰 줄 아는 기타를 경로당에서 가르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큰 호응을 얻어 레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인들이 무슨 기타를 배우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었지만 경로당회원들이 이 스페인 악기에 흥미를 갖고 배우기 시작했고, 특히 경로당에 나오지 않던 60~70대 초반의 아파트거주 노인들이 경로당에 나오기 시작했단다.
현재도 박 사무장에게 기타를 배우는 초급반 회원이 6명이 있는데, 이들도 머잖아 앙상블 단원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시니어 앙상블이 처음에는 요양병원들을 찾아가 재능기부를 하는 공연을 했지만 이제는 경기도의 각종 행사나 고양시의 각종행사에 초청을 받아 매년 30여 차례 공연을 한다.
시니어앙상블이 버스킹(거리공연)을 할 때면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함께 즐기며 박수갈채를 쏟아지기 때문에 단원들의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
박 사무장은 기타를 배워 연주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80대 중반이상의 회원들을 위해서는 장구와 난타를 교습해, 경로당의 시니어그룹은 난타공연을 하기도 한단다.
음악을 통해 다시 한 번 청춘으로 되돌아가자고 해서 지은 경로당 애칭이 도돌이 쉼터, 음표의 도돌이표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국의 경로당들이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지 않아 걱정을 하지만 도돌이쉼터는 경우가 다르다. 지금도 65세 이하의 특별회원 2명이 기타 레슨을 받고 있어, 65세만 되면 경로당 회원이 되는 것은 물론 시니어앙상블 단원이 될 예비전력이다.
450세대 우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광열 회장(70)은 “시니어 악단은 전국에 많지만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10인조 기타 앙상블이 탄생한 것은 전국 최초이며,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것”이라며 “아파트 주민 모두가 이 앙상블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벽제를 조금 지나 고양동 로타리 근처에서 베사메무쵸 기타 연주가 들리면 그것은 틀림없이 시니어앙상블의 ‘길거리 연주’라고 믿어도 된다.
김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