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당 서열 1위'인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두고 '친윤(親윤석열)'과 대통령실이 '이 대표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친윤 세력과 갈등을 지속하면서 '이준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친윤계를 필두로 여당 안팎에서는 '갈등 유발자'인 이 대표에 대한 냉랭한 기류가 감지됐다. 윤석열 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당내 화합을 이끌어야 여당 대표가 리더십이 실종된 채 자기 정치에만 매몰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당후사'를 하지 않는 이 대표의 행보를 좌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이에 친윤계 등 여당 내부에선 이 대표에 대한 비판과 자진사퇴 요구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대표와 정진석 부의장간 갈등을 중재했던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헌·당규가 승복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승복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윤리위 결론 수용을 촉구했다.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자진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그는 '징계가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 대표 징계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고, 뜻을 물어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징계 국면과 '윤핵관'의 연관성에 의심하는 데 대해서도 "언론에 나온 '윤핵관'의 실체가 누군지도 모른다. 소위 '윤핵관'이라는 사람이 윤리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도 혁신위를 이 대표의 사조직이라고 비난하는 등 이 대표 때리기에 선봉 역할을 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명분 삼아 최고위를 보이콧하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간 비공개 만찬 회동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을 나왔다.
대통령실이 이 대표와 윤 대통령간 비공개 회동 보도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간 가교 역할을 했던 친윤계 박성민 전 당대표 비서실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관련 해석은 더욱 힘을 받았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친윤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부터 친윤계와 당 주도권을 두고 수차례 충돌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포함한 혁신위원회를 띄우자 친윤계가 윤리위를 매개로 당 대표를 토사구팽하고 총선 공천권을 비롯한 당권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윤리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전날인 6일 YTN '뉴스Q'에 출연해 "윤핵관이라고 지칭되는 사람은 익명으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분들"이라며 "윤리위로 가장 신난 분들은 윤핵관인 것 같다. 그래서 배 떨어지니까 까마귀들이 합창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윤리위는 당헌당규상 독립기구다. 하지만 사법당국의 기소 처분 없이 당대표를 징계하는 정무적 판단은 당 주류인 윤핵관 또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개입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이 대표 측의 논리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한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 대표가 임명한 인물이다. 윤핵관이 개입하거나 윤심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실도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7일 취재진과 만나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무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입장"이라고만 했다.
다만 윤핵관을 필두로 한 친윤계는 지방선거 이후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과 우크라이나 방문, 혁신위원회 구성 등 현안마다 이 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고립·배제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대표의 '약자 프레임'에 빌미를 내준 측면도 존재한다.
친윤계 맏형 격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지방선거 이후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를 통한 공천시스템 개혁과 우크라이나 방문 등을 공개 비판하면서 이 대표와 친윤계간 갈등을 다시금 수면 위에 올려뒀다.
◎노년신문 성수목기자 kbs9@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