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노년신문] 성수목 기자 = 지난 29일 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한 참석자가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표결 결과 앞을 지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2022.06.30. "최저임금 9620원, 물가고려 땐 삭감" vs "편의점주 절반, 한푼도 못벌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인상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01만580원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최저임금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노동계에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삭감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공익위원 단일안은) 물가폭등 시기에 동결도 아닌 실질임금 삭감안이다.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며 민주노총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9620원은 그야말로 절망·분노스러운 금액으로, 공익위원들이 예전과 달리 법정 심의 기한을 준수할 것을 이야기하면서 졸속으로 진행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저임금 노동자 삶의 불평등, 더 나아가 노동 개악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계 요구안에 크게 못미치면서 노동계 '하투'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도 노동계와 정부·경영계 사이의 여전한 '불씨'로 남아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가 최저임금위원회의 2023년도 최저임금 5.0% 인상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고용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업종별로 차등화하는 '구분적용'의 시행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인상한 9620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강한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중기중앙회는 "고용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마련도 촉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다시는 이처럼 과도한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도록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 반영과 업종별 구분 적용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임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공연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대기업이 9.87%, 중소기업이 17.79%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매출액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비중이 41.1%에 달한다. 소공연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을 무려 42%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다"며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일자리 감소였다. 야간시간 미운영 편의점 비율이 2016년 13.8%에서 2020년 20.4%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소공연이 최근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들은 ‘올해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된다’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시 대처 방안으로, ‘기존인력 감원’이 34.1%, ‘근로시간 단축’이 31.6%로 65.7%로 조사됐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온전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근근이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소공연은 "빠른 시간 안에 이의제기를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결정에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업종별 구분적용 등 근본적인 최저임금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주들도 반발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인상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협의회 측은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편의점 절반이 장시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푼도 벌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뿐만 아니라 을과 을의 갈등을 유발하고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진 편의점 점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결정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월평균 매출은 4357만원으로 인건비와 임대료·가맹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순소득은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편의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편의점 점주 절반이 질병에 시달리며 매일 10시간 넘게 근무해도 손에 단 한 푼도 쥘 수가 없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점포당 월 30만~4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자 점포 비율이 60%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기 적자 점포는 적자 폭이 더욱 깊어져 헤어날 방안이 없다"며 "물가인상에 따른 소비위축까지 가중돼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협의회는 편의점을 포함한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 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의 조기 폐지에 적극 나설 것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