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회담의 구체적 내용과 이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가 기술동맹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주 앉은 뒤 내놓을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 외교 청사진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한미 정상은 21일 오후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은 과거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 및 기술 동맹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동아시아와 글로벌 평화 번영을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중심축으로 한미동맹을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상회담의 비전"이라면서 "그동안 이어져온 군사동맹을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경제동맹으로 확산한데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기술동맹이 추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안보동맹 차원을 넘어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써 기술동맹, 공급망 체인이나 반도체 등에 대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DMZ(비무장지대)가 아닌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것 역시 기술동맹의 단면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보라는 평가다.
홍 교수는 "기술동맹으로써 양국이 서로 필요하다는 것을 상호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종의 공급망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창립 멤버로 들어가는 것 역시 새 정부가 한미 간 경제안보 공조에 힘을 싣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대(對) 중국 견제용 협의체 성격이 짙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 주도의 프레임워크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게 가장 차별점"이라고 한 뒤 "한미가 잘하는 걸 결합시켜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측면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이 좁아지는 건 불가피하지만 기술동맹은 확대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남 교수는 "가치 공유는 된 상황인 만큼 최대한 '기브 앤 테이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 등 우리의 숙원 과제에 대해 조금 더 디테일하게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IPEF에 갖고 있는 반감을 해소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IPEF 가입을 두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경우 중국의 보복이 거셌던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재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외교부는 IPEF가 중국 배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중국에 설명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다. 주변 국가에 특사를 보내든지 설명해 오해를 없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특히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방일 일정 중 무력도발을 할 것이 예상된 가운데 두 정상이 한 목소리로 단호한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홍규덕 교수는 "북한에 대해 인도적으로 돕겠다는 이야기도 들어가야 하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교수는 "한미가 전임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게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