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온갖 몹쓸짓을 다하면서도 골프에도 빠져있는 한 50대 골프광에게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죽음의 사자(使者)가 찾아 왔다.
이승에 더 이상 그냥두면 안 될 것같아 염라대왕이 그를 좀 일찍 데려 가려고 사자를 보낸 것이다. 그날도 골프를 치고 돌아 온 그에게 사자가 물었다.
“그대는 골프가 그렇게도 좋은가?”
골프장이 없는 지옥으로 데려가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이승에서 골프를 칠 수 없다면 이승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라고 망서림 없이 대답했다.
“그래-? 음….”
보고를 받은 염라대왕은 얼마 후 교통사고로 그의 양 무릎을 부러뜨려 놓고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이승의 삶을 계속 이어가게 만들어 버렸다.
‘골광’(狂)들의 골프유머 ‘지옥의 골프장 시리즈’ 중 하나다.
골生골死 골프광들에게는 ‘천국보다 이승의 골프장’이란 말이 있다. 그 심정 이해가 간다. 그들에겐 골프장이 천국보다 더 좋은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적으로 ‘이승의 천국’인 골프장들이 너무도 많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은 총535개이며 그 중 실제 영업중인 골프장은 대중제 344곳(5년 전보다 32%증가) 회원제 158곳(25% 감소)으로 총502개나 된다. 현재 이들은 골프역사 이래 최고의 전성기 골프문화 新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장 사업은 골프장 공급과잉, 골프인구 감소에 의한 수요정체, 스크린 골프보급, 해외원정골프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 사양산업 취급까지 당했었다.
2020년 부터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비드19 펜데믹은 아직도 감염전파의 고삐가 잘 안 잡히며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극심한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염병 바이러스는 골프업계에는 되레 특수를 불러 일으켜 고마운 효자노릇을 하며 타업종과는 정반대 예상밖의 대호황을 안겨다 주고 있다.
그 배경을 요약해 보면,
1. 해외여행 중지로 해외원정 골프수요가 국내로 유턴
2. 주 52시간 근무로 여가시간 증가, 생활체육 골프인구 증가
3. 코로나로 유흥업소, 실내체육관, 오락시설 이용 불가
4. 자연환경의 야외골프는 상대적으로 감염위험이 낮고 안전하다는 인식 확산
5.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갇힌 젊은 세대가 야외 스포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풍조
6. 이에 따른 20~40대 젊은 골프인구 급증
7. 이들 중 65%는 라운드에 적극적인 초보자 ‘골린이’들로 골프장으로 대거 몰려들어 수요급증
8. 패션수요의 중심 세대들인 이들은 골프산업과 함께 골프의류산업도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
골프업계의 효자 이들 골린이들에겐 ‘3 OK’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닌다. 즉 어느 골프장이든 OK, 그린피 비싸도 OK, 동반자 누구든지 OK를 뜻하며 이들은 라운드 욕구가 아주 강하고 적극적이다.
그러나 골프산업의 실수요자인 아마츄어 골퍼들로서는 치솟는 골프비와 부킹난으로 호경기가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즉 엥겔지수 처럼 ‘골겔지수’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다시 갑, 골퍼들은 다시 을의 위치에 서게 되자, 2년전 비용이 저렴하고 언제든지 예약이 가능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시장상황에 편승해 2021년에도 골프장의 이용료는 계속 상승하고 내장객 수도 증가하면서 한국 골프장산업 시장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할 전망이다.
그러나 골프시장에 대한 중단기적 전망은 좀 다르다.
첫째,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보급이 확대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활황세는 진정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둘째, 백신 2차접종이 완료되는 2021년 12월부터는 이런 진정세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며, 2022년 이후는 골프장수요가 단계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해외여행중지 반사이익은 사라지고 지나치게 비싼 골프비를 피해 골퍼들은 다시 저렴한 해외 골프장으로 몰려 나가서 국내골프장의 내장객은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런 경기변화를 예측하고 있는 분위기로 골프비 상승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그러나 아직 실질적인 대비책 수립을 위한 액션은 안 보인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2년 전까지는 골프장 수가 수요에 비해 과잉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에 의한 침체였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어난 골프인구로 인하여 수급불균형이 상당부분 개선 되었다. 따라서 경기는 완만한 곡선의 하향추세로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물들어 올 때 노저어라’
현재 많은 골프장들은 ‘물들어 올 때’ 좋은 값에 애물단지의 매각을 시도하려는 분위기다. 그 동안 기약없이 쏟아 부은 적자를 만회할 최적의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골프장 M&A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은 이런 중단기 전망에서 기인한다. 실제 골프장 매매 홀당 가격도 2020년에는 63억(안성Q)까지 기록하며 전년대비 43.5%나 상승했고, 2021년에는 100억(골든베이)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골프장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대중골프장 수익률이 다른 사업 보다 높고,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사모펀드들이 골프장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 특수로 골프장 내장객 수는 2020년 4,673만 명이었고, 2021년에는 약 5,00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2020년 골프장 전체 시장규모(입장료 카트피 식음료 캐디피 포함)는 7조66억 원(10전년 대비 81.9%증가)이며, 캐디피를 제외한 총 매출은 5조6577억 원이다.
이 중, 대중제 골프장은 3조4,366억 원(전년대비 25.9%증가), 회원제 골프장은 2조1,200억 원(전년대비 10.7% 증가)이나 된다.
영업이익률도 2019년 22.5%에서 2020년에는 31.8%로 상승, 타업종 보다 훨씬 높다.
골프용품업계와 골프패션업계도 동반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는 골프패션이 곧 스포츠 패션이 되다시피하며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골프의류 시장규모는 세계 1위다. 용품 시장규모가 한국의 7배인 미국보다도 골프패션 시장은 더 크다.
‘골프백서2021’에 의하면 2020년 골프웨어 시장은 총 의류시장규모 40조8,000억 원의 13%인 5조1,250억 원(전년보다 11% 성장)이나 된다.
H백화점과 S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대비 82.9%, 92.5%나 증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호황에 힘입어 최근 2년간 런칭한 브랜드는 26개나 되어 자고 일어나면 새 브랜드가 탄생한다고 할 정도다. 그 중 눈에 띄는 새 브랜드는 2021년 4월 선보인 ‘OB’ 브랜드다.
‘한계를 넘어 경계를 허물다’ 라는 슬로건으로 ‘골퍼들이 가장 기피하는 OB에 대한 두려움을 웃음으로 승화 시키겠다’는 의지다.
골퍼들의 타부까지 건드리는 역발상 튀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 시키려는 한 차원 높은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이 기회에 우리 골프산업과 골프패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