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6월 전국 16개 종합대학에서 선발한 사관후보생 3175명이 군사교육에 들어갔다. 학생군사교육단(ROTC)의 시작이었다.
이 가운데 2642명이 1963년 소위로 임관했다. 그 뒤 59년 동안 대학생 총 22만여 명이 이 길을 택했다. ROTC는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의 약어다. ROTC는 학군단이 설치된 대학에서 3·4학년 때 군사학 교육과 훈련을 받고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다.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제도로서 사관학교 출신만으로는 절대부족한 군 초급장교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ROTC는 ‘3무(無) 1존(存) 3예(禮)’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3무는 ‘학연, 지연, 정치와 종파 초월’, 1존은 ‘오직 기(期)수’, 3예는 ‘선배에게 존경을, 후배에게 사랑을, 동기에게 우정을’을 각각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육사 등 다른 출신들 이상으로 유대가 강하다. 해병대 전우회, 고대 교우회, 호남 향우회 등 우리 사회에서 결집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이른바 3대 친목단체에 이어 ROTC 중앙회가 4대 친목단체로 꼽힐 정도다.
ROTC는 시쳇말로 ‘말뚝’(장기복무지원)을 박고 복무를 계속하는 소수의 장교를 제외하곤 90%가량이 의무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뒤 사회 각 분야로 진출, 우리나라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1년 ROTC 50주년을 맞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현직 장차관급만 30여 명, 현역 국회의원은 9명, CEO급 경영자는 250여 명에 달했다. 기업 오너 일가 중에도 LS그룹 등이 자녀들에게 ROTC 복무를 권한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실천한 ROTC 장교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1년까지 전사 또는 순직한 ROTC 장교는 390여 명이었다.
고 김범수 대위는 2004년 35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훈련병이 수류탄 안전핀을 잘못 뽑아 위험해지자 수류탄을 감싸 안고 산화, 보국훈장 광복장이 추서됐다.
ROTC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장이 됐던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장은 1968년 경비소대장으로 주월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베트공을 성공적으로 격퇴해 화랑무공훈장 등을 받았다.
금번 군 장성 인사에서 ROTC 출신인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에 내정됐다. 그동안 ROTC가 2명의 합참의장을 배출했지만 육군참모총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육군총장은 육사 출신이 도맡아 왔다. ROTC는 올해 임관한 5000여 명의 육군 소위 중 70%를 차지할 정도로 초급 간부의 중추와 같은 존재다. ROTC 출신 현역 장성은 30여 명에 달한다. ROTC는 예비역 모임에서도 거수경례를 하고 애국가는 4절까지 부른다.
남영신 신임 육군참모총장 (ROTC 23기) 임명은 ROTC 역사상 최초여서 모든 ROTC 현역장교들과 전역장교들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김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