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2천 여 독거노인에게 우유 무료 배달, 고독사 예방 기여
대한민국 전지역 독거노인은 물론 북한 어린이들에게 배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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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7 서울특별시 봉사상 시상식에서 이재현 골드만삭스 전무,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담임목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함께 서울시 봉사상 대상 수상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노인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 우리는 이를 두고 ‘고독사(孤獨死)’라고 부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수는 2015년 약 138만명으로 노인 5명 중 한명 꼴이었으며 2032년에는 약 343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독거노인 수가 증가하면서 함께 늘어나는 것이 바로 ‘고독사’다.
지난 2003년 시작된‘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사장 호용한 서울 옥수중앙교회 목사, 이하 우유안부)은 홀로 외로움과 가난에 시달리다 아무도 없는 차가운 작은 방안에서 죽음을 맞는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촛불이다.
이 단체는 독거노인에게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한다. 우유 배달원이 전날 배달한 우유를 독거노인이 수령하지 않은 경우, 즉시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알린다. 혼자 사는 노인이 아프거나 쓸쓸하게 숨을 거뒀다면 24시간 이내엔 인지할 수 있다.
“동물들은 태어나고 죽는 것을 스스로 처리하지만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소중한 존재인 인간만이 생로병사에 누군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관심과 애정이 그립고 질병에 시달리다가 고독사하는 독거노인들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며칠 씩 방치되는 것은 막고 싶었습니다.”
호용한 목사(63)가 소위 달동네로 불리는 서울 금호동의 옥수중앙교회에 부임한 것은2001년. 가파른 산 중턱을 힘들게 오르는 이들을 볼 때마다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챙겨주고 싶었다.
2003년 처남 임현순 마카스시스템 대표의 후원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우유안부’의 작은 첫 걸음이었다.
3년간 100명의 독거노인에게 우유 배달을 계속했고, 3년 후 형편이 녹녹치 않았던 옥수중앙교회 교인들과 호용한 목사가 매달 10만원씩 6년 동안 갹출해 우유 안부를 이어갔다.
2011년엔 25명의 후원금을 다 짊어지겠다는 집사가 나타났다. 국내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44) 우아딜리버리히어로아시아 회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교회에 다닌 김 회장은 배달의 민족을 창업하기 전 7번의 사업을 ‘말아먹었지만’ 25인의 후원자를 보면서 “언젠가 사업에 성공해서 우유 배달 비용을 다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
2012년 배달의 민족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 홍콩 본사에서 배달의 민족을 감사하던 중 ‘우유 안부’도 조사를 받았다.
그들은 독거노인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면서 15만 달러(1억8500만원)를 기탁했다.
이 자금으로 호 목사는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을 설립했다. 배달 시스템도 갖췄다.
현재는 연간 1억원을 내는 최대 후원자 매일유업을 비롯, 20개 기업과 1천여 명의 개인 기부자가 후원한다. 덕분에 서울시 16개구 2000여명의 독거노인은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를 받는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0만 달러(약 1억2300만원)를 추가 기부했다. 서울시 4개구 600명의 독거노인들이 사랑의 우유를 전달받을 수 있게 됐다.
호용한 목사는 “혼자 사망하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 비참한 일입니다. 내 일이 아니더라도 눈물나는 일이지요. 후원자가 많아진다면 우리나라 전체 독거노인들은 물론 북한의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도 우유를 전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호용한 목사가 국민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호용한 목사의 옥수동 소나타’에 실려있는 글 중 일부다.
우리 교회가 지금껏 구제를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힘은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었다. 예수께서 길을 보여 주셨고, 성령께서 이끄셨기 때문이다.
배려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만나 옥수중앙교회의 우유배달 사역으로 빚어진 사랑의 크기가 더욱 커져만 간다.
우리는 빌립보서 1장 6절을 통해 좋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발견한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그 비결이란 곧 예수님과 함께 일을 시작하는 것 혹은 예수님이 이미 시작하신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시작하신 일은 그분이 반드시 이루실 것이다.
좋은 일을 끝까지 잘 해 낼 수 있는 또 한 가지 비결은 갈라디아서 6장 8절에 나타난다.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셋째로 좋은 일을 끝까지 잘 해 낼 수 있는 비결은 시편 126편 5, 6절에 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고난과 인내와 믿음을 가지고 씨를 뿌리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하나님의 은혜만을 바라면서 자신의 눈물과 땀은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매를 위해서는 농부의 심정이 필요하다. 때가 되면 반드시 열매가 맺힐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호용한 목사가 좋아하는 성경문구는 또 있다. 바로 전도서 11장 1절 “너는 네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이다.
호용한 목사가 하느님을 의지해 물에 던졌던 ‘우유 안부’가 그의 바램처럼 이제 푸른 강물이 되어 대한민국을 넘어 동토의 땅 북한의 어린이에게까지 전달될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