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설립,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 전환
연매출 300억… 장애인에게 수혜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일반적으로 국가사회의 발전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 복지수준’이다. 그 나라의 장애인 복지가 인권국가의 표준은 물론이고 민주복지국가로서 검증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에게 일방적, 온정적, 수혜적 복지가 아니라 장애인도 자기 결정과 의견을 보장하는 복지주권의 인정과 함께 소득을 보장하는 생산적복지로서의 참여와 실현에 있다.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은중증, 중복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잔존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생산적 복지에 참여토록 하는 한편 그것을 통해 진정 선진화된 복지 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게 하는 것이 국가, 사회의 책무이며 그 사회 구성원의 공통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자주>
“저는 지금도 세끼 밥을 제 손으로 먹지 못하고 책 한권, 신문 한 장 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겐 꿈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바로 세우고 자활하도록 부축해 주는 것입니다. 그 열정과 희망이 오늘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습니다!”
에덴복지재단을 창립해 중증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준 정덕환 이사장(74)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국가대표 유도선수로 총망 받았지만 대학 입학 후1972년 8월 동료선수와의 훈련 도중 불의의 사고로 경추 4번, 5번이 골절 탈골이 되어 전신마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의 경우 절망에 빠져 자신이나 세상을 책망하면서 제대로된 삶을 살기 어려운데 정이사장은 장애를 오히려 특별한 사명을 지닌 기회로 삼으며 불굴의 인내와 의지로 이겨냈다.
“집 근처에 ‘이화식품’ 이라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다 어느 날 문득 ‘언제까지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남에게 도움만 받고 살아가야 하는가?
장애인도 일을 해서 수익을 내는 장애인공동체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 끝에 서울 구로구 독산동의 한 허름한 건물 지하실 한 칸을 얻어 장애인 5명과 함께 ‘에덴복지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일을 시작했어요.”
중증장애인들의 창대한 희망으로 성장한 에덴복지재단의 미약한 시작이었다.
전자부품 및 스피커 조립납품을 시작으로소규모 작업장은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에덴복지원으로 확장하게 된다.
그러나 전자제품 수출 산업에 찬바람이 불면서 직접 물건을 생산하기로 결정하고‘장애인이 만들어 부실하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비닐봉투를 만들었다.
에덴복지재단은 1995년 쓰레기종량제 시대를 맞아 최고의 품질로 분리수거용 봉투 전문생산업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에덴복지재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기 위해 만든 재단이다. 복지사회 실현을 위해 장애인의 요양과 재활, 보호사업과 특수교육, 직업교육, 아동복지사업을 하는 곳이다. 에덴복지재단의 핵심가치는 믿음, 교육, 재활이다.
공공 기관에 납품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팸플릿 등을 제작하는 ‘에덴하우스(1983)’와 친환경 주방 세제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형원(2011)’이 에덴복지재단 산하에 있다.
에덴복지재단은 ISO 품질경영 시스템과 ISO 환경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장애인 복지관의 바람직한 역할모델을 제시하여 UN 국제노동기구(ILO)에 최초로 등록 되는 영광도 안았다.
‘에덴(EDEN)’은 성경 말씀에 나오는 화평하고 희락하고 사랑이 있는 에덴동산을 뜻하는 말이다. 에덴은 사회적으로 약자인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장애인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에덴의 의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고용한다는 말이다. 고용이란 것을 신성시하는 기업 네트워크를 의미하고 있다. 고용(Employment), 신성함(Divineness), 기업(Enterprise), 네트워크(Network)의 앞 단어를 따서 만든 것도 ‘에덴(EDEN)’이다.
정덕환 이사장은 바로 ‘1030운동’을 만든 장본인이다.
‘1030’은 정 이사장이 지난 2009년 한국장애인 직업재활시설운동협회에 취임한 날짜에서 따왔다. ‘1030’이란 “‘일(1)’이 ‘없으면(0)’ ‘삶(3)’도 ‘없다(0)’”는 의미다.
‘1030’ 슬로건과 함께 10월 30일을 ‘직업재활의 날‘로 만들었다. ‘일이 없으면 삶도 없다’ 운동은 여기서 시작됐다.
‘일이 곧 복지’라고 강조하는 정 이사장은 중증장애인의 평생 일터인 ‘행복공장만들기’ 운동본부의 회장도 겸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마지막 꿈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개척하도록 ‘일하는 행복한 공동체’, ‘무장애 일터’, ‘장애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인데요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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