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기는 가벼운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감기가 심해지면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추위에서 오는 호흡기 계통의 염증성 질환으로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이 다르다. 주로 식욕이 없고 배가 고프지 않으며, 위장장애가 있고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많이 발생한다. 곰팡이, 바이러스, 세균, 알레르기, 자율신경 실조 등의 원인에 의해서 일어나며 유행성 감기도 널리 발병한다.
열이 심한 유행성 감기는 눈이 충혈 되고 두통이 심하며 코피가 나고 온몸에 동통이 생기면서 뇌증(腦症)을 일으키기도 한다.
높은 열이 나는 유행성 감기는 두통과 함께 입이 마르고 혀에 백태가 끼고 기침을 하면서 복통 또는 전신의 동통이 일어나는 등 아주 고통스러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은 우리 선조들이 즐겨 먹었던 감기에 좋은 음식이나 차, 약재 등이다.
● 칡뿌리
칡뿌리를 탕을 만들어 1~2일 따끈할 때 차대신 마시면 효과가 좋다. 칡뿌리 35~40g을 1회분 기준으로 달이거나 생즙을 내서 1일 2~3회씩 3~4일 복용해도 좋다.
● 표고버섯
1회 2~3개씩 물 2홉으로 달여서 설탕(흑설탕) 3숟갈을 넣고 매일 식사 전으로 2~3일 마시면 특효가 있다.
● 대추씨
대추씨(산조인)에 약간의 감초를 넣어 서서히 달여서 1일 1회씩 3~4일간 복용하면 특효가 있다. 특히 장기복용하면 몸이 좋다.
● 우엉
우엉의 생것을 먹기 좋게 만들어 하루에 1/3쪽씩 1~2일간을 복용하면 효과가 좋다.
● 귤껍질
귤껍질을 말려서 1회에 5~10g을 탕관에 달여 설탕을 알맞게 넣고 2~3일간 차처럼 마시면 효과가 좋다. 특히 감기나 유행성 독감에 더욱 특효가 있다.
● 콩, 생파
열이 몸시 나고 머리가 아플 때 쓴다.
콩 150g과 생파 80g에 물을 적당히 넣고 진하게 달여서 밥 먹기 30분 전에 한 번 먹는다.
● 곶감, 생강
감기에 걸려 머리가 아프고 코가 막히며 기침이 날 때 쓴다. 곶감 서너 개를 구워서 먹거나, 혹은 곶감 세 개와 생강 한 뿌리를 함께 달여서 한 번에 먹는데, 하루에 한 번씩 달여 먹는다.
곶감은 폐를 윤활하게 하며 진해 거담 작용이 있으므로 감기뿐만 아니라 기관지염에 쓰면 좋다.
생강은 산한 발한 작용과 이담 작용이 있으므로 풍사, 한열, 두통, 비색증, 습성 기침에 쓴다.
● 팥, 메밀, 파 뿌리
감기로 코가 막힐 때는 팥죽 한 사발에 메밀쌀 70g과 파뿌리 세대를 넣고 한 시간 정도 달여서 한 번에 다 먹은 다음 더운 방에서 땀을 내면 좋다. 메밀쌀이 없는 경우에는 입쌀이나 좁쌀도 좋다.
어린 아이가 코가 몹시 메어서 젖을 먹기 힘들어 할 때는 생파를 짓찧어 낸 즙을 코 안에 떨구어 넣으면 코가 열리면서 한결 편안해 한다.
● 파, 식초
파 뿌리 10~20대를 썰어서 적당한 양의 물을 넣고 죽처럼 되게 달인 다음, 식초를 조금 쳐서 식기 전에 먹고 더운 방에서 땀을 내면 잘 낫는다.
● 은행나무 열매, 파 뿌리, 참기름
껍질을 벗긴 은행나무 열매 세 개를 잘 짓찧은 다음, 파 뿌리 한 대와 참기름 두 숟가락을 넣고 잘 섞는다. 이것을 끊여서 한 번에 다 먹고 땀을 내면 열도 내리고 코가 막힌 것도 곧 열린다.
은행나무 열매는 딸꾹질을 멎게 하고 기침과 담을 삭힌다. 파 뿌리는 표증을 발산시키고 이질을 치료하며, 또한 거담제와 이담제 외에 감기를 예방하는 데도 쓴다.
● 대파, 고추, 술
파를 짓찧고 고추에 섞어서 소주 150ml를 넣고 따스하게 데워 아침과 저녁, 밥 먹기 30분 전에 한 잔씩 먹고 땀을 내면 효과가 있다.
● 메밀, 파
메밀죽을 쑤어 파 뿌리 한두 대를 잘게 썰어 넣고 하루에 세 번 정도 먹는다. 주의할 점은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함께 먹기 말아야 한다. 메밀은 기침기가 위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아플 때 쓰며, 두통을 치료한다.
● 파, 생강
파 흰 밑 둥(뿌리도 함께) 15대와 생강 다섯 쪽에 물을 500ml 가량 넣고 졸여서 한 번에 큰 잔으로 한 잔 정도 마시고 땀을 낸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오후 식간과 잠자기 전에 먹는다.
● 무, 생강
감기로 열이 나면서 기침이 있을 때 쓴다.
무와 생강 각각 같은 양을 잘게 썰 은 다음 세 배 정도의 끊는 물을 넣고 설탕을 먹기 좋을 정도로 넣어서 하루에 서너 번씩 적당히 마시면 좋다.
무는 매우며 달고 독이 없다. 사열을 제거하며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 한다. 그리고 폐위, 토혈, 코피 나는 것을 치료한다.
● 엿기름, 파뿌리
엿기름 한 줌과 파 부리 세대에 물을 적당히 넣고 달여서 찌꺼기는 짜 버리고, 그 물은 한 번에 마시고 땀을 낸다. 이렇게 하루에 두세 번씩 먹는다.
● 메밀, 들깻잎, 꿀
오슬오슬 추우면서 뼈마디가 쑤시고 열이 오를 때는 들깻잎 한 줌과 메밀쌀 네 숟가락에 꿀을 적당히 넣고 죽을 쑤어서 식기 전에 먹고 땀을 낸다.
들깻잎은 풍한을 헤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주며 담을 삭히는 작용이 있다.
꿀은 열을 내리고 중기를 보하며, 기침을 멎게 하고 독을 풀며 아픈 것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상 세 가지 약재는 모두 해열 작용을 하므로 효과가 매우 좋다.
● 무씨
감기가 심하여 가래가 많이 생기고 기침이 날 때 쓴다. 무씨를 약간 볶아서 익힌 다음 가루 내어 한 번에 10g 정도씩 더운 물에 타서 하루에 세 번 먹는다.
무씨는 맵고 달면서 평하고 독이 없다. 기침이 나는 것과 천식을 치료하고 담을 삭힌다.
● 감기에 좋은 처방들
예로부터 전해지는 감기에 좋은 처방들이 있다. 먼저 열이 날 경우에는 대파 흰 부분 20g 정도를 잘게 썰어 된장 10g에 버무린 다음 끓여 마시면 땀이 나면서 열이 쉽게 내린다. 이것을 <동의보감>에서는 ‘총사탕’이라고 한다.
편도선염에는 새우젓 한 줌을 프라이팬에 잿가루처럼 태워 곱게 간 다음 빨대를 약 60도 정도 각도로 뾰족하게 잘라 이 부분으로 가루를 찍어서 입안 환부에 대고 불어준다. 그러면 새우젓 잿가루가 환부에 붙으면서 편도선이 붓고 열이 나는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목이 아프고 가래와 기침이 심하면 무를 껍질째 썰어 병에 담고 꿀을 가득 부어 하룻밤 재웠다가 무가 쭈글쭈글해졌을 때 한 수저씩 먹으면 좋다. 또 가래와 기침이 동반된 경우에는 모과를 끓인 물에 꿀을 타서 먹으면 좋다.
모과 꿀절임을 만들어 놓고 상복해도 좋은데, 모과 꿀 절임은 모과의 겉을 깨끗이 씻은 후 썰어서 씨를 빼고 육질을 얇게 저며 용기에 넣고 꿀에 재운 다음 30일 정도 숙성시켜 만든다.
감기에 걸렸는데 소화가 잘 안될 때에는 유자차를 마셔도 좋다. 회복기에는 매실차가 도움이 된다. 감기 뒤에 소화기능이 약해지면 생강을 끓여 마셔도 좋지만 생강 말린 것과 찹쌀을 함께 끓여 먹으면 더욱 좋다.
● 감기에 좋은 지압점
감기에 들면 머리, 코, 호흡기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증상을 줄여주는 지압법을 쓰면 좋다.
풍지 : 목 뒤 머리카락이 나는 부근 오목하게 들어간 곳. 모든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경혈로 두통, 나른함, 현기증을 완화시킨다.
중부 : 쇄골 아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 기침이 심하거나 숨쉬기 힘들 때 효과적이다.
풍문 : 좌우 어깨뼈 안쪽으로 척추를 사이에 둔 부분. 평소에도 지압해두면 감기가 예방된다.
이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