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도 소비자물가는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1월부터 7개월째다. 다만 치킨, 맥주, 커피, 김밥 등 도시지역 서민이 즐겨 먹고 마시는 품목의 가격은 2~5%대 올랐다. “저물가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설명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4.56(2015=100)을 기록해 전월 대비 0.3% 하락,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을 끝으로 올해 1월 0.8%→2월 0.5%→3월 0.4%→4월 0.6%→6월 0.7%로 7개월째 0%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0%대 오르는 데 그쳤지만 품목별 등락률을 보면 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2.1%), 전기·수도·가스(2.0%), 농산물(1.2%)의 상승률은 비교적 높았다. 채소류(-6.4%)와 석유류(-5.9%), 축산물(-2.7%), 집세(-0.2%)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 과장은 “저조한 국제유가 흐름과 유류세 인하 정책의 영향이 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가공식품, 전기·수도·가스 등 외에 개인서비스(1.9%) 상승률도 높았다. 이 항목에는 외식(1.8%)이 포함돼있다. 외식의 하위 항목 중 김밥(5.5%), 치킨(5.3%), 된장찌개 백반(3.7%), 김치찌개 백반(3.3%), 구내식당 식사비(3.0%), 커피 외식(2.8%), 맥주 외식(2.7%)은 상승 폭이 특히 컸다.
대부분 서민이 자주 구매해 가격 인상을 체감하기 쉬운 품목들이다. 저물가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와 관련 보도가 공감을 받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경영전략팀 책임연구원은 “7개월째 저물가라고는 하지만 식료품비나 주류·담뱃값, 교육비 등 서민이 가격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품목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면서 “이런 품목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항목 중 ‘음식 및 숙박’은 올해 1월 3.0%→2월 2.8%→5월 1.8%→6월 1.8%→7월 1.7%로 1~3%대 상승률을 이어왔다. 이 기간 교육비도 1.0~1.6% 꾸준히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이 과장은 “지난달 총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0.6%)인 0.60%포인트만큼을 개인서비스 상승이 기여했다”면서 “외식물가가 꾸준히 오르기도 했고 가사도우미 비용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 항목의 상승 폭도 컸다. 원자재나 기타 인건비 상승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통계청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장은 “다음달 유류세 인하 정책 종료와 일부 지역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 상승 요인이 있으나 하반기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시행 등 하락 요인도 있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로 예상했듯 (8~12월 지표도) 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