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당뇨병학회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는 4억2500만명에 달했다. 이는 약 40년 전에 견줘 4배가량 증가한 수치로, 오는 2045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6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학회의 전망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2050년에는 당뇨병 인구가 600만명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이런 당뇨병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는 경제 수준의 향상과 서구화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비만 인구의 증가와 관련이 크다. 실제로 전세계 비만 인구도 1980년대 1억500만명에서 2014년에는 6억4100만명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이 때문에 세계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예방을 위한 지침으로 평균 7% 이상의 체중감소와 주당 150분 이상의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운동을 권고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인에게는 몇 %의 체중감소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당뇨병 예방을 위한 체중감소 권고치가 나와 주목된다.
가톨릭대학교 의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김은숙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2년 당시 당뇨병이 없었던 성인 5만1천405명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당뇨병 예방을 위해 비만한 사람은 9% 이상, 비만하지 사람은 3% 이상의 체질량지수(BMI) 감소가 각각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을 보면 7년의 관찰 기간에 5.3%(2748명)에서 당뇨병이 발생했다.
당뇨병은 여성보다 남성일수록, 연령·체중·혈압·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고혈압·이상지혈증·당뇨병 가족력이 있을수록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또 당뇨병 환자들은 흡연, 음주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비만은 역시나 당뇨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조사 시작 당시 비만하지 않았던 사람이 비만해지는 경우의 당뇨병 발생률은 7년간 정상 체중을 유지한 사람보다 49% 상승했다. 특히 조사 시작 당시부터 비만했던 사람은 체중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당뇨병 발생률이 156%로 치솟았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비만하지 않은 사람은 평균 3% 이상, 비만한 사람은 평균 9% 이상 체질량지수를 각각 줄여야 당뇨병 발생을 유의하게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예컨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로 비만에 해당한다면 체중을 줄여 수치를 22.75까지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권혁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가 보건 코호트를 이용해 비만 유무에 따른 체중 변화 정도가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현재 비만이 아니더라도 3% 이상의 체질량지수 감소를 목표로 운동을 생활화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