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시절 일본에서 유학하고 오신 경제학 교수님께서 수업중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그러나 뼈있는 내용으로 일본의 한 청년에 대한 소설같은 교훈적 일화를 말씀하셨던 것을 추려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황폐화된 일본 국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들었고 더구나 젊은이들에겐 직장이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어떤 방법으로도 삶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한 청년이 마지막으로 머리를 짜내서 기발한 꾀를 생각해냈다.
내용인즉 며칠을 굶주린 처지에다 허수룩한 행색으로 파출소를 찾아가 문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손에는 약간의 현금이 쥐어져 있었다.
경찰이 서둘러 안정을 시키고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정신을 차린 이 청년이 손에 든 현금을 내보이며, 이 돈은 내가 길에서 주은 것인데 배가 고프니까 우선 밥이라도 사먹고 싶었으나 오직 주인을 찾아 주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찾아 왔노라고 설득력 있게 말을 마쳤다.
이 사실이 각 신문에 실려 전국으로 날려가듯 퍼져나가며 일본 열도가 들끓기 시작했다.
“일본은 전쟁에 폐망했지만 아직도 이런 청년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우리 다같이 힘내자.”
이 청년을 상징적인 영웅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일약 이 청년은 하루 아침에 상팔자 신세가 되었다. 속으로는 복잡한 계산을 튕기며 세상사 별것 아니라고 비웃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일류 회사에 입사해 정직하고 모범적인 회사원이라 해서 돈을 다루는 경리부에 배속되었다.
이렇게 모든 일이 기적처럼 해결된 이 청년은 주어진 과분한 복이 양에 차지 않았다. 차츰 세월이 가고 요령이 생기면서 회사 자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양심이나 국민의 기대에도 아랑곳 없이 눈에 보이는 것은 돈과 욕심 뿐이었다. 그만을 믿고 회계를 모두 맡겼던 회사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펑펑 물 쓰듯 떵떵거리고 살았으니 금방 거덜날 수밖에 없고 결국 속은 것을 뒤늦게 깨달은 회사나 국민들은 배신감과 실망으로 단막극의 슬픈 결말이 났다는 것이 간추린 내용이다.
그 때 왜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지 이제 깨닫고 있어 더욱 씁슬하다.
최근 일본 지도자들의 작태를 보면 그러한 유전자가 여전히 그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절대 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세계인과 호흡하며 잘잘못 헤아려 반성도 하고 바른 길로 가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추악한 추락을 보면 인간의 양심과 이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과거에 우리 민족에게 가했던 천인공노할 범죄적인 작태는 여기서 다시 논할 가치도 없다.
지난 12일 일본에서 최근 사태에 대한 첫 실무회의를 갖자고 우리 대표단을 불러놓고 갑자기 격을 낮춰버리고 참석자도 대폭 줄여서 회의장은 청소도 않고 허술한 창고 같은 곳에서 셔츠 바람으로 앉아서 말 한마디 않고 우리 대표단을 쏘아보듯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무뢰하기가 극에 달했고 내용도 적반하장의 상대방 염장 지르면서 의도적으로 망신주고 조롱하듯 계획적인 야만성을 여실히 드러내놓고 말았던 것이다.
자기들 보다 강한 나라나 아쉬움이 있으면 기를 죽이고 아양을 떨면서 약한 상대라고 생각하면 기고만장하니 상대를 짓누르는 일본의 근성은 절대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망나니 꼴불견을 보고 참아야만 할까? 이제 누구 탓할 것도 없고 후회할 것도 없다.
당당히 맞서서 보복 아닌 보복은 실력이 있어야 하고 뭉쳐야 한다. 그들은 국익 앞에서 언론부터 물, 불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로 뭉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역지사지로 왜 우리는 그러하질 못하는가? 분단의 역사를 가진 우리는 뭉치고 한 목소리 낼 때가 바로 지금이다. 억지 쓰자는 말은 아니다. 솔직하고 잘 잘못은 알고 상대에게 보복하듯 필요없는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속 마음은 분단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 기회 있으면 침략의 야욕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를 진정한 이웃국가로 여기고는 있을까? 외교는 국가 이익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서로간의 교섭을 통한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고 바람이다.
앞으로 더 골이 깊어지기 전에 상대방에 예의와 질서로 서로의 이익을 위한 바른 외교가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