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 유석종 박사 공동 연구팀이 노화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적 뇌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새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52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얻은 사후 뇌 조직에서 전장 엑솜 유전체 서열(whole-exome sequencing)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존재하는 뇌 체성 유전변이를 찾아냈다.
이어 뇌 체성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중요 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섬유다발 형성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킴을 확인했다.
박준성 박사와 KISTI 이준학 박사가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12일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 Brain somatic mutations observed in Alzheimer's disease associated with aging and dysregulation of tau phosphorylation) 노인성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사회, 경제적 소모비용이 큰 질환이만 아직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분자 유전학적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알츠하이머병 유전체 연구는 환자의 말초조직인 혈액에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을 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 발견된 일부 유전자들(e.g., APP, PSEN1/2)에 대한 유전자 패널 분석 등이 주를 이뤘다.
공동 연구팀은 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내후각피질에서 신경섬유다발이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 직접 엑솜 유전체 데이터를 생성해 알츠하이머병 뇌-특이적 체성 유전변이를 발굴했다.
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정상인의 해마 형성체 부위를 레이저 현미 해부법을 통해 정밀하게 오려냈고, 저빈도의 체성 유전변이(Somatic mutation)를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대용량 고심도 엑솜 시퀀싱 데이터를 생성했다. 이를 위해 저빈도 체성 유전변이 분석에 특화된 분석 파이프라인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연구팀은 돌연변이원(Mutation Signature) 분석을 통해 22.2%의 알츠하이머 뇌 체성 유전변이가 과활성 산소에 따른 DNA 손상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고 또 26.9%의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병원성 체성 유전변이들이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와 관련된 PI3K-AKT, MAPK, AMPK 경로에 누적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나타난 PIN1 유전자의 병원성 체성 유전변이를 시험관 내에서 녹다운 실험을 통해 모방했을 때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와 올리고머화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런 결과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해마 형성체 내에 누적된 체성 유전변이의 일부가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를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체성 유전변이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이번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유전체 연구에 대한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향후 다른 신경퇴행성뇌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KAIST 교원 창업 기업(소바젠, 대표 김병태)을 통해 알츠하이머 질환의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KISTI 유석종 박사는 “연구팀이 구축한 저빈도 체성 유전변이 분석 파이프라인 및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슈퍼컴퓨팅 기술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발병 원리를 밝혀냈다”며 “이를 통해 타 유전체 기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한미 기자